방금 전.
동생을 수행원 삼아(심심하니까) 커피를 사러 슈퍼에 갔다오는 길이었다. 커피를 산 뒤, 동생을 마구 타박하면서 아파트 계단 옆에 장애인용 경사로로 올라가는데, 뭔가가 발밑을 휙 지나 앞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_- 순간적으로 깜놀. "으억." 소리를 지르고 봤더니... 쬐그만 아기 고양이.
우선은 길고양이 새끼인가 생각했는데, 새끼들이 그렇게 엄마 없이 돌아다니기도 하나..? 그렇다고 집고양이인가 생각하기엔 목줄도 없었고, 녀석은 살짝 꾀죄죄했다. 아주 아기는 아니었는데 척 보기에도 '아, 애기다.' 생각이 들 정도로 작았으니 분명 엄마가 어딘가에 있기는 했을게다. (고양이 나이 따위를 알 정도로 인간 이외의 생물체에 조예가 깊지 못하니 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궁금해도 더 묻지 마시길. -_-)
여섯다리 이상의 생물체는 싫어하지만 털있는 네발 짐승이라면 공포 목록에서 일단 벗어나므로, 쭈그려 앉아서 녀석을 잠시 봤다. 내가 으억 할때까지만 해도 같이 놀래서 흠칫거리던 놈이 내가 쭈그려 앉으니 금새 경계를 풀고 쪼르르 달려오더라. 허거 귀엽다....; 근데 엄마는 어딨는거야;
길고양이 습성 상 금방 어딘가로 가버리든가, 곧 엄마가 달려오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이 녀석, 의외로 성격이 살갑다.. -,.- 야옹거리면서 나와 동생의 발 밑을 부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계단 밑에 딸을 데리고 나온 아저씨가 계시길래 그 집 고양이인가 싶어 그 부녀를 봤지만 무관심. 길고양이는 맞지만, 아직 사람을 잘 모르는 성격인가보다. 쉼없이 우리 주변을 왔다갔다 부산스럽게 굴길래 폴짝거리는 등짝을 손으로 솔솔 쓸어도 봤는데 도망을 안가더라.
사람이 있으면 엄마도 안 나타날테니, 조금 아쉬웠지만 집으로 가려고 엘레베이터 쪽 복도로 들어가는데... 요 애기가 계속 졸졸 쫓아온다.; 버튼을 눌러놓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제는 아주 내 다리를 자기 앞발로 툭툭 치고 비비고 난리가 난 것이.....
거 희안하네.. -_- 내가 짐승한테 인기가 있는 타입이 결코 아닌데. 여튼,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 둘이 타는데.... 이 놈이 같이 탄다...... 임마; 같이 가면 안돼; 너네 엄마 올지도 몰라;;; 아, 급 당황하여... 동생더러 엘레베이터 문 좀 잡고 있으라고 하고 내가 내려봤다.
....따라서 내리더라.
그, 그러니까 내 동생이 아니라 날 따라 다니고 있는 그런 상황인거지 지금. 이 놈을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쬐매 걱정이 된다. 그냥 놔두고 가도 되는거야? 열려있는 엘레베이터 문과 복도 사이의 간격에 호기심을 보이길래, 거기에 그 작은 발이 빠질까 싶어 일단 집어 들어서 복도 쪽으로 당겨놨는데... 그래도 얘네 엄마는 안 온다.;
하지만 어쩌겠나. 데리고 갈 순 없잖아. 다시 원래 있던 계단 쪽으로 조금만 걸어갔다가 엘레베이터를 도로 탔다. 애기라 걸음이 느린건지, 아니면 저 인간들을 따라가야겠다는 강철같은 의지를 가진 것은 아니었는지... 하여간 그렇게 스르륵 닫히는 문 앞에서 녀석과 헤어졌다.
운동 갔다 돌아오는 엄마에게 1층 복도에서 아기 고양이를 못봤냐 물으니 못 보셨단다. 그새 어디로 가버린 모양이다. 애기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간거라면 좋겠다.
뭐.
잘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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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아기고양이
2009/07/25 13:12 # Delete Reply
그렇게 두고 오면 가슴이 찢어져 ㅠㅠ 한동안 맘에 걸려 ㅠㅠ
2009/07/27 16:05 # Delete
음. 고양이 기르고 싶더라.
2009/07/26 19:31 # Delete Reply
아기고양이와 선호겅듀..[ㅌㅌ]
잘 살겠졍
2009/07/27 16:05 # Delete
-_-